“앨범커버는 음반의 첫 순간이다. 그것은 음악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비틀즈의 명반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의 커버를 디자인한 영국의 팝 아티스트 피터 블레이크(Peter Blake)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기가 막힌 재킷 사진을 보며 어떤 사운드가 담겨져 있을까 궁금해서 낯선 앨범을 구입한 경험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음악을 듣는 내내 커버를 보며 어떤 이유로 이런 디자인을 했을까도 생각해보셨을 겁니다. 그만큼 앨범 커버는 중요합니다. 음악을 표현하는 또 다른 창구이기 때문이죠. 대중 음악 역사에서 우리의 눈을 매혹시킨 앨범 커버 30장을 선정했습니다.
한대수 < 멀고 먼 길 >(1974)
'한국 포크의 개척자' 한대수의 기념비적인 데뷔 음반 재킷은 앞으로의 험로를 예견이나 한 듯 잔뜩 일그러진 자화상을 내걸었다. 우악스럽게 손으로 양 볼을 움켜쥐고, 삐딱하게 정면을 바라보는 시선처리는 억압에 대한 저항 그 자체였다. '물 좀 주소', '바람과 나', '행복의 나라로' 등 자유에 목말라하는 노래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대수는 이듬해 2집 < 고무신 >을 내놓은 직후, 군부 독재의 탄압을 받아 뉴욕으로 '멀고 먼 길'을 떠나야만 했다.
2011/ 07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산울림 1집 < 아니벌써 >(1977)
음악을 향한 열정에서 촉발된 젊음과 패기야말로 록 스피릿의 주재료이며, 그것만으로도 가요계와 정면승부 해 당당히 승기를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그들. 사회라는 치열한 전장으로 뛰어들기 전 단지 자신들의 앨범이 갖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제작된 이 앨범은 삽시간에 한국 록의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자, 피치 못하게 도래한 트로트 고고(Trot gogo)로 갈 곳을 잃은 청년들의 자주가(自主歌)가 되었다.
유치원 시절 때나 그렸을 법한 그림이 떡하니 겉면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아마추어리즘'의 발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큰 역사를 점하고 있는 밴드의 시작에는 이처럼 아무런 조건도, 욕심도 없었다. 그저 어린아이들처럼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표출했기에 가능했던 순수한 혁명이었다. 인디와 오버가 서로 마주보기 힘든 지금은 설득력 없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땐 가능했기에 이 그림은 단순한 재킷일 수 없다. 지금은 불가능한 전설을 담고 있는 하나의 전리품으로 추앙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2011/07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동서남북 1집 < 아주 오랜 기억과의 조우(N.E.W.S) >(1981)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대접받고 있는 '나비'가 수록된 동서남북의 유일한 음반. 초판과 재발매(1998) 앨범 커버가 각각 다른 게 특징이다. 처음에는 여행길에서 만난 수도여사대 산업미술과 학생들이 디자인해준 하얀 새 위로 트럼프 카드가 펼쳐졌다. CD로 재발매된 재킷에서는 벼락이 치는 검은 하늘로 독수리가 비상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아트 록적인 면모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상업적으로는 철저하게 실패했지만, 한국 대중음악의 저변을 넓혔다는 점에서 보석과도 같은 작품이다.
2011/ 07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조용필 7집 < 여행을 떠나요 >(1985)
목 끝까지 깃을 세운 하얀 재킷과 대조를 이루는 검은 선글라스, 그 안에 감출 수 없는 깊게 심취한 가왕(歌王)의 눈빛. 록커의 꿈을 안고 시작한 음악 생활이련만 성공의 달콤함을 안겨준 건 '돌아와요 부산항에' 같은 한국 대중 음악사의 불행한 혼혈아 트로트고고였다. 이후 '고추 잠자리', '못찾겠다 꾀꼬리' 등을 발표하며 트로트와의 채무 관계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이러한 가운데 발표한 7번째 앨범으로 그가 지향하던 록 음악의 정점을 찍는다. 유승준도 리메이크했던 고품격 신스팝 '어제, 오늘 그리고', 펑키한 베이스 주법과 그루브한 기타 스트로크가 돋보이는 '프리마돈나', 자전적 내용의 '나의 노래', 16비트의 현란함으로 시작하는 '그대여' 같이 시대의 유행을 적극 반영한 트랙들이 포진되어있다.
살인적인 스케쥴 속에서도 이 앨범에 가진 가왕의 애착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건전가요를 뺀 11곡 중에서 7곡을 본인이 직접 작곡했다. B면의 후반부를 책임지는 '미지의 세계', '아시아의 불꽃', '여행을 떠나요'는 지금도 애창되는 록 넘버이다. 상위 타선과 하위 타선의 경계가 없다. 당시 대중음악의 주류인 성인가요의 대표 주자였으면서 한국 록음악의 대중화의 시작을 알린 < 趙容弼 7集 >. 헤드폰으로 들려오는 음악에 집중하는 그에게 선명하게 맞춰진 포커스는 여기저기 놓여진 사물들 틈에 비춰진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도 과거의 오브제로 만들어 버린다. 대중음악사에 가왕이란 칭호는 '어제, 오늘 그리고' 앞으로도 그에게만 어울리는 표현이다.
2011/ 07 이건수(Buythewayman@hanmail.net)
들국화 1집 < 행진 >(1985)
비틀스의 마지막 정규 앨범 < Let It Be >의 표지디자인을 가져와서 재구성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의 음악적 방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왼쪽 위 칸에 자리한 전인권부터 시계방향으로 조덕환, 최성원, 허성욱의 순서다. 비틀스 앨범과 다른 점이 있다면 멤버들의 사진이 흑백으로 붙여졌다는 것. 당시 이 땅에서의 록은 무채색에 가까운, 없는 음악이었다. 표지처럼 흑백으로 일관된 태도는 결국 뿌리를 박아 노랗고 선명한 꽃을 피워냈다.
2011/07 조아름 (curtzzo@naver.com)
어떤날 1집 < 1960.1965 >(1986)
어떤날의 커버 디자인은 간단하다. 1960과 1965만 써놓았다. 바로 조동익과 이병우가 태어난 해이다. 당시 이들의 나이 스물 여섯, 스물 한 살이었다. 이병우가 직접 썼다고 한다. 하지만 파스텔 톤 위에 적혀진 출생연도는 보면 볼수록 따뜻하다. 자기 성찰을 하게 만드는 듀오의 음악과 일맥상통한다. 벌써 25년이나 지난 작품이지만, 전혀 고루하지 않다. 음반 재킷도 마찬가지.
2011/07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송창식 < '86 송창식 - 참새의 하루 >(1986)
이 오래된 사진을 보고 문득 몇 년 전 유행했던 어느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가 떠올랐다. “이것은 걷는 것도 아니고 춤추는 것도 아니여.” 기인이라 불릴 만큼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였지만 그렇기에 보다 자유로울 수 있었다. 셔츠와 면바지를 차려입은 말쑥한 모습과 대조되는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로 당당하게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에서 애달픈 광대의 모습 대신 주위 시선을 배제한 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뮤지션의 자의식이 표출된다. 이에서 비롯된 그만의 해학적 태도는 결국 '담배가게 아가씨'라는 명곡에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이 앨범을 통해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뒤 다시는 창작무대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과연 송창식이라 할 만한 행보였다.
2011/07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시나위 2집 (1987)
1집의 초라함을 단숨에 역전한 앨범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주인공은 김종서이다. 원래 보컬로 내정되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임재범에게 자리를 내주고 다시 시나위에서 마이크를 잡게 된다. 또 다른 조연은 드디어 헤비메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까지 이끌어낸 연주력과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레코딩이었다. 그리고 아트디렉션 장재일이 디자인한 앨범 자켓이다.
당시 국내 LP시장에서 더블 자켓 앨범은 몹시 드문 일이었다. 더구나 앨범은 싱글인데 시각적 이미지를 위해 그랬다는 것은 시나위가 2집 < Down And Up >에 기울인 세심함이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등학생의 데셍 작품으로 보였던 1집 커버 디자인에서 진일보한 당시로서 파격적인 컴퓨터 그래픽 작업은 미래 지향적이고 입체적이었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헤비메탈씬을 바라보는 편견의 진부한 벽을 깨부수는 디자인이야 말로 록의 스피릿이며 시나위가 돌파해야 하는 대상이다. '새가 되어가리', '마음의 춤', 숨 막히는 연주곡 '연착'을 들으면 왜 사나위의 2집이 명반인지 수긍이 간다.
2011/ 07 이건수(Buythewayman@hanmail.net)
한영애 <바라본다>(1988)
바라보고 있지만 멍한 곳을 조용히 응시한다. 초점을 벗어난 눈동자는 고요한 듯 보이지만 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의 그것이다. 샤우팅과 탁성(濁聲)으로 채워진 블루스 디바의 일갈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과 회화가 불안하게 섞여있는 초상 또한 고정적인 여가수의 이미지를 마성으로 교란하던 비규범적인 보컬과 닮아있다. 앨범 전면을 휘감는 파스텔의 자취는 거칠게나마 자기확신에 도달한 블루스의 목소리를 말해주기에 더욱 퍼렇게 와 닿는다.
2011/07 홍혁의 (hyukeui1@nate.com)
변진섭 2집 < 너에게로 또다시 >(1989)
데생으로 숨을 쉬는 모습이 슬프다.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시선이 안쓰럽고 측은하다. 예상치 못한 데뷔앨범의 폭발로 소포모어 징크스에 대한 우려와 두근거리는 감정이 음반 표지에 고스란히 담겼지만 '너에게로 또 다시', '로라', '숙녀에게', '저 하늘을 날아서' 그리고 결정타 '희망사항'까지, '둘리' 변진섭은 정상의 환희를 누렸다. 이후에 발표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앨범 그리고 베스트 앨범 재킷이 이 작품을 따라 연필 데생이라는 것만으로도 변진섭의 대표작은 순진한 표정을 하고 있는 바로 이 음반이다.
2011/07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봄여름가을겨울 < 2집-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1989)
퓨전재즈의 문법을 주류 속에 확고하게 진입시킨 작품. 현재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로 주목받고 있는 김종진의 친구 서도호가 데뷔작에 이어 앨범 재킷을 책임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미지를 화가 이중섭의 색감이 연상되는 강렬한 색채와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밴드의 최대 히트곡 '어떤이의 꿈', 연주곡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나이 차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을 격려한 곡 '열일 곱, 스물 넷' 등이 이 음반에 담겨있다.
2011/ 07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이데아 1집 < 이제는 더이상 헤메이지 말자 >(1989)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봐도 신선하다. 기타의 넥과 헤드스톡 부분을 여성의 다리와 하이힐로 표현하다니, 센세이셔널한 디자인이다. 재킷은 기타 모양과 금속성을 대변하는 은빛 채색을 통해 앨범에 어떤 음악이 담겨 있는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바로 간파하게 해 준다. 그렇다. 헤비메탈. 그것도 스피드메탈이다. 음악팬들에게 인기를 끈 노래는 발라드인 '이제는 더이상 헤메이지 말자'였지만. 고정관념일지는 몰라도 헤비메탈을 표현하는 디자인으로는 네 줄보다는 여섯 줄을 다는 게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2011/07 한동윤(bionicsoul@naver.com)
동물원 3집 < 시청앞 지하철역에서 >(1990)
작은 컵 안에 수록곡과 관련된 귀여운 힌트들이 오밀조밀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흡사 오랜 친구에게 이야기를 해주듯 풀어쓴 특유의 가사처럼 친절하다. 소박한 색채, 넓은 빈 공간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것 또한 동물원의 음악스타일 그대로다.
2011/07 조아름 (curtzzo@naver.com)
이승환 2집 < Always >(1991)
가요계의 어린왕자는 변진섭과 이문세가 주도한 발라드 독점현상에 반기를 들며 혜성처럼 나타났다. 훗날 여린 모습 뒤에 숨겨둔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기에 이르지만, 소포모어 앨범까지만 해도 온화한 감수성을 모토로 하는 곡들이 대다수였다. 다만 '회상이 지나간 오후', '슬픔에 관하여' 등에서 강조되는 마이너한 감성은 앞으로 드러낼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전조를 드리우기도 했다.
흐릿하게 보이는 남자의 옆모습과 열려 있는 엘리베이터, 그 안에 서있는 소녀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부조화스럽다. 검은 색 의상과 모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 표정에선 섬뜩함마저 느껴질 정도. 이처럼 균형감을 상실한 재킷사진의 파격은 뮤지션 본인의 밝음과 어두움을 모두 드러내며 여느 작품보다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오는 듯한 실루엣은 2년 후 변화에 대한 욕망을 감추지 못한 채 좀 더 뚜렷하게 본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것이 롱런의 출발점이었다.
2011/07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서태지 2집 < 하여가 >(1993)
데뷔앨범의 성공 뒤에는 소모포어 징크스가 빛과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공교로운 징크스를 따돌리고 1집의 대박이 단발적인 이슈가 아니었음을 공포한다. 당시만 해도 앨범 커버에는 가수의 사진이 들어가는 것이 공식이었고 그들의 1집도 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2집에서는 어색한 포즈로 서있던 세 사람의 사진은 사라지고 서태지의 'S'를 디자인한 로고를 박아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앨범으로 탈바꿈했다. 커버의 혁명은 음악에도 이어졌다. 국악을 접목을 시킨 '하여가'는 가요계 역사가 되었고 적극적인 메시지를 가진 '죽음의 늪', '수시아'로 서태지와 아이들은 10대들의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얻었다.
2011/07 김반야 (10_ban@naver.com)
넥스트 1집 < Home >(1993)
알록달록한 꽃, 푸른 들판, 탐스런 열매가 맺힌 키 큰 나무, 맑은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 모든 것이 평화롭다. 20세기를 향해 쉼 없이 달려온 인간들이 만든 완벽한 세상의 모습이다. 너무도 아름답기에 오히려 손 댈 의욕이 사라지는 한 폭의 그림 속에는 문명의 발달 속에 버려진 인간, 현대 사회의 가족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숨어있다. 영화 < 매트릭스 >를 연상시키는 비틀어진 고층 빌딩, 뾰족한 톱니바퀴가 가득한 뒷면이 받침이 되어 표지는 진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2011/07 조아름 (curtzzo@naver.com)
듀스 3집 < Force Deux >(1995)
데뷔 때부터 그룹의 로고가 되어 왔던 겹겹으로 둘린 원은 그대로지만 삐뚤빼뚤한 모양새가 마음에 걸렸다. 뭔가 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가? 아니나 다를까 이 앨범을 끝으로 해체를 선언했으니 원 모양이 저렇게 나온 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중심에 자리 잡은 사각형 틀 안의 앨범 타이틀은 그래도 위안을 줬다. 검은색의 다부진 폰트가 음악의 견고함을 자부하는 것 같았기 때문. 앨범은 단단한 매무새의 다양한 흑인음악 작품들로 디자인과 관련한 추측에 부응했다.
보통 주얼 케이스와 달리 3집은 검은색 비닐로 커버를 구성한 점이 독특했다. 하지만 비닐을 쓸데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버렸다가 케이스에 들어가지 않는 크기의 화보를 방불케 하는 부클릿을 유실하는 사태를 맞은 이가 여럿 있었다. CD와 케이스, 트랙리스트가 적힌 후면의 카드만이 남은 초라한 상황이 되자 그들은 비닐을 버린 것을 후회했다. 이런 일이 빨리 발생했으면 차라리 다시 음반을 구입했을 텐데, 사건이 발생할 즈음 음반은 레코드 가게에서 거의 회수된 시점이었다.
최근에 인터넷 중고 음반 쇼핑몰에 올라오는 듀스 3집을 보면 비닐 유무에 따라 많게는 10,000원까지 가격 차이가 나니 비닐의 위대함을 실감하게 해 주는 구성이기도 하다.
2011/07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이소라 < 이소라 Vol.1 > (1995)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촉발한 '모든 음악의 댄스화 현상' 속에서 홀로 빛났던 발라드 음반이다. 초현실적 그림으로 여성의 슬픔을 표현한 커버 아트부터가 국내의 여타 음악들과는 그 음악의 질이 애초부터 다름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직 이 앨범 커버의 훌륭함을 모르겠다면, 당시 발매된 국내 앨범들을 주욱 나열한 후 다시 한 번 이 음반의 커버를 찬찬히 보라. 그러면 답이 나온다.
2011/07 여인협(lunarianih@naver.com)
김광석 < 다시부르기 2 > (1995)
선홍색 잇몸을 환하게 드러내며 웃는 김광석의 < 다시 부르기 1 >은 동물원과 자신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베스트 형식의 앨범이었다. 2년 뒤 김광석은 조금 더 나아가 자신의 원류를 찾으며 직접 '한국 모던 포크 음악'을 선정, 재조명한다.
'김광석'이란 신문에 그를 있게 한 노래 제목들이 머리기사로 굵게 쓰여져 있다. 이런 디자인은 건즈 앤 로지스가 1989년에 발매한 < GN'R Lies >에서 사용되어 있어 신선함은 덜하다. 하지만 한대수의 '바람과 나', 이정선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양병집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김의철의 '불행아'와 같은 초기 모던포크 뮤지션들은 물론 백창우의 '내 사람이여', 한동헌의 '나의 노래'와 같은 민중가수들의 노래들이 있다.
김광석이란 신문을 발매하기까지 조동익과 그의 밴드들이 편집장 역할을 톡톡히 하며 원곡의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재해석했다. 대한민국 포크록계에 길이 남을 명작을 만들고 1년 뒤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가객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신문 왼편에 까까머리 학생의 긴장한 얼굴을 자꾸 보게 된다. 그립다.
2011/ 07 이건수(Buythewayman@hanmail.net)
패닉 2집 < 밑 >(1996)
'아무도'를 내세웠건만 '달팽이'로 인기를 얻은 젊은 그룹은 성공의 기쁨보다는 초조함이 컸다. 이대로 '발라드 가수'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싫어 2집은 작정하고 비뚤어져 버렸다. 실험적이고 괴기한 노랫말과 실험성으로 무장한 작법은 그로테스크풍의 커버 그림에서도 고스란히 표출된다. 충격적인 가사로 서막을 여는 '냄새'와 오히려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불면증', 신랄하게 학교를 비판했던 '벌레' 등은 한때 교총과 학부모 모임에서 '판매금지 요청'을 받기도 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밑'을 개척한 청년들은 '실험정신'과 '패기'라는 음악적 정체성을 찾았다.
2011/07 김반야 (10_ban@naver.com)
이상은 7집 < 외롭고 웃긴 가게 >(1997)
이상은은 1995년 < 공무도하가 >에서 음악을 매개로 시공간을 넘어 상고시가('공무도하가')와 만나고 생사의 틈을 노래했다('삼도천'). 이 명반을 계기로 '담다디'라는 수식어를 완전히 떼어버리고 한국 대중 가요계의 '시인'이 된 그녀의 존재는 1997년 발매된 < 외롭고 웃긴 가게 >에서 꽃으로 화(化)한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보컬이자 < 찰나의 기초 >라는 앨범을 발매하기도 한 백현진의 일러스트 작품인 이 커버에서, 주의를 끄는 것은 전면에 제시되는 크고 선명한 꽃보다 오히려 미래의 꽃들을 의미하는 꽃가루들이다. 동그랗게 맺혀있는 포자들은 방랑객의 삶을 살아갈 이상은의 양지 바른 마음에 품어져, 어떤 음악과 이야기를 만나더라도 아름답게 만개할 것이기에.
2011/07 신샛별 (venus_0510@naver.com)
언니네 이발관 2집 < 후일담 >(1998)
삭막한 건물 사이에 누군가가 몸을 던진다. 떨어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도 주위 사람들은 그저 무기력하게 서있다. 이 디자인은 초기 키보디스트 류한길이 맡아 나약하고 무기력한 청춘의 자화상을 그렸다. 언니네 이발관은 음악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앨범 커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룹이다. 풋풋한 초록색 배경에 가위를 든 여자 캐릭터를 내세웠던 1집이 '독기'와 '날 것' 그대로를 담았다면 2집은 '우울함'과 '루저'의 정서가 가득하다. 이는 훗날까지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의 주 기조가 되었다.
2011/07 김반야 (10_ban@naver.com)
김사랑 < 나는 18살이다 >(1999)
열여덟의 나이에 보컬과 작곡은 물론, 연주와 녹음까지 혼자 해내 '천재'라는 별명을 얻은 뮤지션의 데뷔앨범이다. 진홍빛 배경에 그래픽으로 처리한 기괴한 갈기머리, 준수한 용모의 뒤섞임은 그로테스크와 아름다움의 뒤엉킴으로 묘한 느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입술 굳게 다문 표정에서는 신인답지 않은 충만한 자신감이 읽혀지기도. 천재의 출사표로 더없이 인상적인, 범상치 않은 커버아트였다.
2011/07 여인협(lunarianih@naver.com)
크라잉 넛 2집 < 서커스 매직 유랑단 >(1999)
플레이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울려 퍼지는 세기말의 아코디언 소리가 정확히 2000년대 삶의 서글픔과 교차점을 이루는 듯하다. 이와 동시에 앨범 겉면에는 꿈과 현실의 괴리감에 불안해하며,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는 울음을 삼키는 현대인의 자화상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펑크 1세대이자 라면 피킹의 선구자였던 그들 역시 4분간의 질주 후에 느껴지는 경직된 음악 신에서의 호흡곤란이 버거웠을 것이다. 피에로의 얼굴을 통해 느껴지는 밴드의 애환과 절박함은 세대를 관통해 요즘 우리들에게 닿아있다. 성공이라는 자전거를 타기 위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듯, 직장이라는 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듯, 그 아슬아슬함에 이어 밀려오는 공허함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다행스럽게도 크라잉 넛의 위치는 몰라보게 격상되었으니 그것이라도 위안을 삼아야 할까.
2011/07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드렁큰타이거 2집 < 위대한 탄생 >(2000)
수 억 개의 정자는 하나의 난자를 향해 돌진한다. 돌진은 앞으로만 나아가야한다는 신념하나만으로 작동하기에 무모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러한 고투를 거쳐야 '위대한 탄생'이 실현된다. 이는 힙합의 불모지에서 맨땅으로 헤딩하던 호랑이 두 마리를 닮았다. 마이크 하나만 있는 곳이라면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들었던 랩 본능이 앨범 전면에 함축적으로 녹아있다. 알을 제 몸으로 박차고 나왔던 두 선구자들은 자신의 음악이 '드렁큰 타이거 키드'들의 요람이 될 것이라 상상이라도 했을까.
2011/07 홍혁의(hyukeui1@nate.com)
조PD 4집 < Stardom In Future Flow >(2001)
커버아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이틀곡 'My style'의 뮤직비디오를 한 번이라도 경험할 필요가 있다. 로봇처럼 보이는 모형이 영상 속에서 분주히 조립되던 조피디의 머리이기 때문이다. 프라모델 조립하듯 사람의 머리를 짜 맞춘다는 콘셉트의 뮤직비디오는 시간이 지나도 쉬이 잊히지 않을 성질의 기발함을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커버 역시 십 년이 지난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앨범커버로 남을 수 있었다.
2011/07 여인협(lunarianih@naver.com)
김윤아 2집 < 유리가면 >(2004)
독특한 카리스마로 사로잡았다. 가느다란 손목과 아무런 의미도 내포하지 않은 듯 은근한 관능미를 던지는 손가락, 깊게 패인 쇄골과 곧게 뻗은 어깨선, 내부에 드리워진 붉은 기운까지. 속지에 삽입된 나머지 10장의 사진과 함께 자우림 '여신'의 자리를 보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우울한 정서와 여기 저기 얼룩진 소리의 질감과도 자연스레 매치되는 앨범 표지다.
2011/07 박봄 (myyellowpencil@gmail.com)
브라운 아이즈 < Two Things Needed For The Same Purpose And 5 Objets >(2008)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고, 선으로 담아낼 수 있다면. 나얼의 작품은 노래만이 아니었다. 신발, 티셔츠 등의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자신이 참여한 앨범 재킷 디자인은 언제나 화젯거리다. 모래 빛 바탕 위에 까만 선으로 가득 메운 메인 메시지는 그 동안 흑인과 음악을 모티브로 삼았던 작품 중 가장 으뜸으로 손꼽힌다. 멀티 아티스트로의 입지를 굳힐 수 있게 도와준 브라운 아이즈의 3집 커버!
2011/07 박봄 (myyellowpencil@gmail.com)
다이나믹 듀오 5집 < Band Of Dynamic Brothers >(2009)
'Ring my bell' 뮤직비디오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최자와 개코는 패러디의 달인이다. 입대 직전 내놓은 다섯 번째 앨범에서는 타이틀부터 전쟁 드라마인 < Band Of Brothers >를 패러디했고, 재킷에서는 두 멤버를 중심으로 교전 모습을 디오라마 형식으로 코믹하게 연출했다. 20~30대 남성이라면 눈에 익은 프라모델 제조사 '아카데미과학'을 '아메바과학'으로 교묘하게 바꿔치기한 재치까지! 흥미 있는 소재들을 재발견하는 힙합의 마술을 시각적인 차원까지 확장시킨 문방구 감성의 백미.
2011/07 홍혁의(hyukeui1@nate.com)
아트 오브 파티스(Art of Parties) 1집 < Ophelia >(2010)
물빛처럼 투명한 살결, 초점을 잃은 두 눈, 머리에는 꽃 왕관을. 자신의 아버지가 연인인 햄릿에게 살해되자 강물에 몸을 던진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운의 여인 오필리아. < 비너스의 탄생 >으로 유명한 프랑스 화가 알렉산더 카바넬(Alexandre Cabanel)의 1883년 작이다. 3인조 밴드의 데뷔는 가사 집과 사진 화보집도 첨가 하지 않고, 예술 작품 하나만을 앞에 내건 웰메이드 앨범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1/07 박봄 (myyellowpencil@gmail.com)